25 독자투고

독자투고


비로소 가족이 식구가 되었다
지여니(봉무동)


우리 집은 요즘 보기 드문 대가족이지만, 가족들이 함께 모여 식사하는 날은 거의 없는 편이었다. 평일에는 아침을 먹는 시간대가 달라서 네 식구가 밥을 네 번에 걸쳐서 먹고, 점심은 어머님 혼자 드시고 저녁은 나 혼자 먹는 날이 다반사였다. 게다가 대학원생 아들은 기숙사에서 생활을 하기에 명절이나 특별한 날을 제외하고는 얼굴조차 보기 힘들었다.
그런데 우리 지역에 반갑잖은 코로나 확진자가 나온 이후부터 가족들이 집으로 모여들었다. 제일 먼저 내가 출근을 하지 않게 됐고, 며칠 후에는 아들이 기숙사에서 짐을 챙겨 집으로 들어왔다. 그후에는 전염병 확산 방지를 위해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천하느라 다른 가족들도 집에 머무는 시간이 많아졌다.
제각각 밥을 먹을 때는 제때 먹지 못해 버리는 음식이 절반이었는데, 가족이 모두 모여 식사를 하니 버리는 음식이 없어졌다. 밥알을 헤아리는 딸아이에 비해 아들은 반찬을 흡입하는 수준이다. 요즘은 그동안 못한 주부로서의 역할에 매진하고 있다. 가족들을 위해 매 끼니 새 밥을 짓고 새로운 반찬을 만든다. 반찬 투정이 심한 남편도 불평이 줄어든 걸 보면 요즘 내 손맛이 꽤나 좋아졌다 보다. 부엌일이라곤 모르던 아들이 요즘 독서실에서 점심, 저녁을 먹으러 올 때면 부엌으로 들어와 상차림을 돕고 때때로 설거지도 자처해 나를 행복하게 한다. 지극히 개인적인 다섯 명의 가족이 이제 비로소 삼시세끼를 함께하는 식구가 된 것이다.
나는 요즘 시간이 많아져 부지런을 떨고 있다. 1년 치 탐독할 책을 구입해 읽기 시작했으며 코드가 맞는 아들과 함께 좋아하는 작가의 문체를 논하고, 햇볕받으며 마을 풍경을 관찰하는 일은 아주 중요한 일과다. 또 아들이 독서실에서 파하는 시간에 맞춰 한밤중에 1시간 넘게 걷고 뛰며 담소를 나눈다. 아들은 요즘 이야기를 퍽 잘하는 편이다. 이야기를 들어주며 아이의 사생활을 알아가고 훗날 모습도 그려본다.
코로나로 한 달 넘게 쉬었는데 직장에는 언제 복귀할지 기약이 없다. 아들의 학교도 학생들을 부르지 않는다. 아들은 선후배에 비해 자신은 부담이 덜한 2학년이라 다행이라고 말한다. 독서실이라도 이용할 수 있어서 그 또한 행운이라고 말하는 걸 보면 처해진 상황을 잘 받아들이고 있음이 틀림없다. 코로나19가 하루빨리 종식되어 가족들 모두 걱정 없이 일상으로 복귀하길 바란다. 그때까지 우리 가족 모두 삼시세끼를 함께하는 진짜 식구를 유지하리라.
오늘은 어머님이 캐 온 쑥 한 줌에 사랑 한 스푼을 가미해 향긋하고 고소한 쑥 튀김을 해야겠다. 사랑하는 나의 식구들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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